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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캐나다

밴쿠버 게이바 더 정션(The Junction) 다녀온 후기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의 웨스트엔드(West End)에 위치한 데비 스트리트는 역사적으로 밴쿠버의 '게이 타운', '게이 빌리지' 로 잘 알려져 있기에, 캐나다의 LGBTQ+ 커뮤니티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데비 스트리트에는 많은 LGBTQ+ 관련 업체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바, 클럽, 레스토랑, 카페, 상점 및 커뮤니티 센터 등이 굉장히 많이 있어 LGBTQ+ 개인들 및 지지자들에게 있어 만남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여름에 화려한 장식과 무지개 깃발, 거리 축제 등으로 가득한 데비 스트리트에서는 매년 수천 명의 참가자와 관람객이 오는 밴쿠버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리기도 한다. 참고로 2023년 올해 밴쿠버의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는 8월 5일-6일로 예정되어있다.

 

 


우리는 이날 데비 스트리트에 있는 더 정션(The Junction)이라는 한 게이 바에서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원래 바(Bar)라는 곳을 잘 가지 않기에 한국 서울에 살면서 이태원에 있는 게이 바 조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만, 밴쿠버가 워낙 열린 사회라서 그런 것인지 어쩌다 보니 밴쿠버에서 게이 바의 드래그 퀸 공연까지 보게 되고... 세상 일은 역시 알 수가 없다!
 
이날 우리의 계획은 늦은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는 것이었는데, 남편의 일이 저녁 9시 쯤 끝났기에 저녁 9시 반이 넘어서 데비 스트리트에 도착하였다. 데비 스트리트 자체를 처음 와본 것이었는데 듣던 대로 무지개 깃발로 화려한 동네였다.

 

밤 9시 30분 경에도 환한 밴쿠버의 여름

 
 
저녁은 치킨 윙과 함께 간만에 피쉬앤칩스를 먹었다. 영국에 살 때도 피쉬앤칩스를 엄청 즐긴 것까진 아니었는데 갑자기 캐나다에 오니 피쉬앤칩스가 눈에 띄었고.... 런던에서 먹었던 피쉬앤칩스가 맛있나, 밴쿠버에서 먹는 피쉬앤칩스도 오리지날만큼 맛이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피쉬앤칩스를 주문해보았다. 크기는 좀 작은 편이었고 기름이 다소 눈에 많이 보였지만(?) 맛은 괜찮았다.

 

 

 

공연 시작하기 전에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공연이 시작하면 무대가 있는 안쪽으로 슬슬 들어갈 참이었다. 그래서 공연 시작 전까지는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하며 기다렸는데, 기다리는 중에 이날 저녁 공연을 하게 될 드래그 퀸들의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다.

 

 

대략 밤 11시가 되어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려나 싶었는데, 무대 준비상황인지 뭔가가 늦어져 약 15-20분 정도 늦게 시작하게 되었다. 공연이 늦어져 조금 지루해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이미 무대가 있는 쪽 테이블로 옮겨왔기 때문에 무대 옆쪽에 있는 DJ가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공연을 기다렸다. 이날 DJ가 비트가 강하면서도 귀에 착착 감기는 노래들을 많이 틀어줘서 간만에 샤잠(Shazam) 앱으로 노래를 찾아봤더니 주로 프리메이슨스(Freemasons)의 음악을 플레이 해준 거였다. 샤잠 앱이 찾아준 음악들 요즘도 종종 유튜브 뮤직으로 잘 듣고 있다!

 

 

 

두둥~ 드디어 드디어 공연 시작!

 

사회보는 분들이 뒤이어 공연도 같이 했는데 기억에 여덟 팀 정도가 공연을 했던 것 같고, 드래그 퀸들과 LGBTQ+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연을 하는 듯 보였다.

 

 

공연 중에 촬영한 사진들과 영상을 이곳에 남긴다. 사실 여기가 아니어도 유튜브에 Vancouver The Junction 이라고 검색하면 공연 관련 영상들이 더 많이 나오긴 하겠지만...!

 

 

이분들이 제일 재밌었다! 우리가 있는 테이블까지 와서 내 목에 저 반짝거리는 채찍?같은걸 막 감으시고 남편은 내가 민망해 하는거 옆에서 동영상 찍고...ㅎㅎㅎㅎ

 

 

 

 

 

 

이 언니 이름은 카야 코(Kaya Ko)인데, 성인 '코(Ko)'가 사실은 코가 아니라 한국 성씨인 '고'씨여서 저렇게 표기한다고 한다. 한국+필리핀 혼혈의 캐네디언이라고 하였다. 노래도 잘하고 랩도 잘하고 춤까지 잘 추는... 못하는게 없는 사람임. 노래를 연달아서 거의 4-5곡 정도 불렀는데 당췌 저런 에너지가 어떻게 나오나 싶었다.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후기에 대해서 말하자면,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루폴(RuPaul)의 드래그 레이스 리얼리티 쇼를 몇번 본 적은 있는데 드래그 쇼를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라 솔직히 처음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내 눈으로 직접 보기에 살짝 당황스러운 순간들도 몇 번 있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팀들의 공연이 예상치 못하게 너무 재밌어서 대략 1시간 반 정도 공연 내내 계속 입 벌리고 웃었다. 공연을 보기 위해 우리는 1인당 10달러 밖에 내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중간에 어떤 팀에게 팁도 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걸스나잇(Girl's Night)' 모임을 갖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이날 공연 중간에 주변을 둘러봤을 때를 떠올려보면 한 테이블이 여자들로 꽉 찬 그룹이 꽤나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글쎄.. 여자들이 게이바에 그룹으로 많이 오는 이유는 그룹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충 Quara에서 검색해보니 스트레잇트 바(이성애자들이 많이 가는 Bar)보다 게이 바를 가는 게 심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들이 많이 있어서인 것 같다. 그냥 친구들과 술 마시며 나잇 아웃을 하고 싶을 뿐인데 스트레잇트 바를 가면 마음에도 없는 남자들이 술에 취해 추근덕대거나 추잡한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게 싫어서 게이 바를 가는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게이 친구가 공연에 초대해서일 수도?

 

 

시간이 너무 늦지만 않았더라면 마지막까지 좀더 공연을 즐기다가 집에 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시간이 새벽 1시 반이 넘어가는지라 택시를 타고 집에 와야해서 아쉬웠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남편과 함께 보게 된 나의 첫 게이 바 드래그 쇼는 아주 인상에 깊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