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다양한 나라 출신의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각자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다 보면 조직 내에서의 문화충돌이 있을 수 있다.
네덜란드의 유명한 사회 심리학자 기어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의 작업(문화척도론; Hofstede's Cultural Dimensions Theory)은 국가별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른 문화에서의 비즈니스 수행 방식을 판별하기 위해 수십 년간 사용되어온 프레임워크이다. 기어트 홉스테드는 1967~1973년에 걸쳐 IBM 유럽 본사의 인적자원 담당부서에서 의뢰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세계 53개국의 10만 여명을 대상으로 문제 해결 방식, 협업 방식, 상급자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수행하였다.
그 문화적 차이의 발생에 대한 결과를 권력 간격(power distance;PDI), 개인주의-집단주의(individualism-collectivism),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남성성-여성성(masculinity-feminity)의 척도로 정리하여 설명하였고, 이후 홉스테드는 홍콩에서의 독자적 연구를 통해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또 다른 가치의 측면을 다루기 위하여 '장기적 방향(Long-term orientation)'의 차원을 추가했다. 2010년에는 '쾌락추구(Indulgence)' 차원이 추가되었다.
이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IKEA, SIEMENS, TUI, Unilever, Mediacom 과 같은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을 컨설팅해오고 있는 홉스테드 인사이트(Hofstede Insights)의 웹사이트에서는 현재 무료로 '나라별 비교(Country Compariso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홉스테드의 문화모형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이 결과로 한 나라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해외 현지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편 때문에 알게 된 사이트인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 중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기어트 홉스테드가 네덜란드인) 회사 직원들이 다국적이다보니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러한 정보 공유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
이 웹사이트(홉스테드 인사이트)를 알게 되고 나서, 나는 한국을 포함해 내가 거주하고 있는 영국, 그리고 그 외 다른 나라들도 함께 비교를 해보았는데 어느 정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도 하고 재밌어서 공유한다.
** 그래프 출처: Hofstede Insights
먼저 한국. 예상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역시나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individualism(개인주의) 부분이다. 18점이라니..... 물론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야 개인주의가 강한 편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기성세대들 안에서는 집단주의가 강하다. individualism은 indulgence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한국 사회는 아무래도 '방종 사회'와는 거리가 멀고 욕망의 만족이 통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indulgence 지수가 미래에는 조금 더 올라갈 수 있길 바란다...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에서는 85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것은... 불확실한 것을 너무너무 싫어하는 나만 봐도 알 수 있다 🤣
한국이 Long term orientation(장기적 방향) 측면에서 지수가 100이 나온 것은 한국이 워낙 실용적이고 장기 지향적인 사회이기 때문일 것. 홉스테드 인사이트 웹사이트에서는 한국의 long-term orientation 차원에 대해, 한국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대 교육에서 절약과 노력을 장려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개인주의 부분에서 89점을 받았다. 영국에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고 삶에서 자신만의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탐구하도록 학습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남성성(masculinity) 측면이 66점이 나와 한국보다도 더욱 남성중심적인 사회로 보여지는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다(홉스테드 이론 발표가 1980년대에 이루어졌는데, 이 결과가 80년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그 당시 한국을 생각하면 39점 받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측면에서는 35점으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에 대한 웹사이트에서는 '영국인은 모호한 상황에서 편안하다'고 설명한다. Indulgence 측면에서 69점을 받은 영국은 '문화적으로 관대한 나라'로 분류된다. 삶을 즐기고 재미에 대한 충동, 욕구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이며, 여가를 더 중요시하고 원하는대로 행동한다고.
웹사이트의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www.hofstede-insights.com/country-comparison/south-korea,the-uk/
다음은 네덜란드 vs 영국.
네덜란드와 영국은 대부분의 척도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Masculinity(남성성) 부분에서 다소 큰 차이를 보인다. 네덜란드는 14점인 반면, 영국은 66점이다 (점수는 선택하는 나라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님).
그리고 네덜란드 vs 한국 vs 영국 을 한번에 비교해보았다.
한국 사람들이 불확실한 걸 싫어하는 것과 개인주의 점수 낮은 부분이 조금 돋보인다 😅
네덜란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남녀평등이 잘 실현되고 있는 나라라고 한다. 네덜란드가 14이고 한국은 39, 영국이 66....
이 점수를 갖고 일반화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만, 남녀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은 아직 갈 길이 조금 멀어 보인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3881834?sid=102
다음은 캐나다 vs 네덜란드.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Masculinity(남성성) 부분과 Long-Term Orientation(장기 지향적) 차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비슷한 사회인 걸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중국 vs 일본 vs 한국.
한국이 중국보다 개인주의(individualism)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은 조금 충격이었다. 중국은 예상했지만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가 엄청 높게 나와있다. 60이면 한국도 만만치 않지만.... 그리고 일본의 남성성(Masculinity) 지수는 무려 95.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남성중심적인 사회라는데, 갑자기 그 옛날에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히트한 이유가 생각났다. 일본 사회도 참 안 변하는 모양이다. 중국이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 지수가 한중일 3개국 중에 상당히 낮은데, 그 이유는 중국인들이 '모호한 것'에 상당히 익숙하고 중국어 자체에 모호한 의미를 갖는 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쾌락추구(Indulgence) 측면에서는 일본이 3개국 중 그나마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직접 관심있거나 궁금한 나라들을 비교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https://www.hofstede-insights.com/product/compare-countries/
어느 사회는 맞고 어느 사회는 틀리다고 할 수 없지만, 각 나라 혹은 나라 사람들의 성향에 대한 개인의 선호는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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